대한변협의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제도 폐지” 방침에 대하여

Author : 이주헌변호사 / Date : 2014. 2. 26. 14:13 / Category : 이주헌변호사/칼럼

지난 협회장 선거에서 몇몇 후보들이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 협회장님도 이러한 공약을 하였고, 오늘(2/24)자 법률신문에는 대한변협의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 폐지, 수임료 분쟁조정위 설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성공보수의 선수령을 금지하였던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하여 수임료(특히 성공보수)를 떼이는 변호사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10년 정도 변호사를 한 나도 성공보수를 떼이는 경우가 간혹 있었고, 지금도 못 받은 성공보수를 다 받으면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른바 전관 출신의 변호사도 아니고, 대형 로펌에 소속된 잘 나가는 변호사도 아니다. 그래서 수임료 약정도 나름 소박하게 하는 편이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공들인 사건에서 승소하고도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 변호사로서 허탈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차에 대한변협의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제도 폐지 방침은 실로 회원들의 권익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려는 집행부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변호사 업계의 어려움이 "성공보수 선수령 인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 해결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내가 성공보수를 받지 못한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실제로 성공보수를 지급할 여유가 없어서 지급하지 못했던 분들이고,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변제해 주셨다. 한 번은 수원지방법원에서 1심을 진행하고 2억여원을 패소한 후 고등법원 항소심을 의뢰하기 위해서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진도에서 전복양식을 하시던 분이었는데, 동업약정에 기하여 복어 양식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하자, 함께 동업을 하였던 투자자가 의뢰인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를 하였고, 1심에서 대여금이 인정되어 패소한 사안이었다. 우리는 항소심을 수임하고 위 금원은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었으므로 사업이 실패하였다고 하여서 반환할 의무는 없다다는 주장을 하는데, 다행스럽게 결과는 1심을 뒤집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수임 당시 의뢰인에게는 가진 돈이 없었고, 단지 원고로부터 가압류된 선산이 있었던 터였으므로 우리는 저렴한 비용으로 항소심 수임을 맡았고, 그 대신 성공보수는 넉넉하게 약정을 하였다(여기서 저렴한 비용과 넉넉한 보수는 오로지 내 기준이다). 의뢰인은 착수금은 흔쾌히 지급하였으나, 승소한 이후에 즉시 성공보수를 지급할 여력이 되지는 않았다. 나도 승소금 채권을 집행하기 위해서 의뢰인의 선산에 가압류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소송이 종결된 이후 의뢰인은 명절과 시시 때때로 자신이 양식하는 전복을 보내왔지만 성공보수는 깜깜했다. 4년 정도가 지난 뒤에 나로서도 성공보수를 포기하고 있을 즈음, 의뢰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땅이 팔려서 성공보수를 지급하려고 할 것이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의뢰인이 너무도 고마워서 성공보수의 40%를 감액하고 60%만 청구해서 받았다.

 

또 한번은 마약사건 피고인의 변론을 수임하여 착수금을 받았는데, 1심 선고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동종의 전과가 여러 개 있었고, 체포 당시에 경찰관에게 흉기로 대항하는 등의 죄질도 나빴으므로 어찌보면 실형선고가 불가피 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의뢰인의 가족이 찾아와 실형을 선고받았으므로 착수금을 돌려달라고 행패를 부렸다. 착수금은 원래 일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도하고, 너무 무례하다는 것을 지적해 보기도 하고, 경찰을 부르겠다고도 하였다. 그런데 의뢰인의 부인이 착수금도 겨우 돈을 빌려서 마련한 것이니 조금만 돌려 달라고 사정을 하기에, 협의 끝에 일부 금원을 반환한 적이 있다(후에 동료 변호사들에게 이 사정을 말해보니,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한다. 참내..).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의뢰인에게 수임약정을 하면서 패소하면 반환해 줄 테니 성공보수까지 미리 지급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까. 그러한 요구를 했을 때에 과연 우리 의뢰인 중에 몇이나 나하고 계약을 할 것인가. ‘내가 그만한 돈이 있으면, 잘 나가는 전관이나 대형 로펌에 사건을 맡기지 여기에 사건을 맡기겠습니까.’라는 의뢰인도 있을 것이다.

 

성공보수를 미리 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재판의 결과는 사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되지만 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다. 재판의 결과가 예측대로만 나온다면 이야말로 변호사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고, 성공보수 역시 필요 없는 것이 될 것이다. 변호사가 변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론이 바뀔 수 있는 게 사건이고, 이러한 면에서 성공보수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수임시에 변호사가 성공보수의 선지급까지 요구한다면 의뢰인은 필시 변호사가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승패의 결과가 불명확한 사안에서 성공보수를 미리 받았다가 패소한다면, 미리 받은 성공보수를 반환하는 것을 떠나서 의뢰인과의 추가적인 분쟁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성공보수를 미리 받을 필요가 있는 사건은 일부 형사사건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민사사건의 경우 승패가 불확실하고 소송 기간이 길기 때문에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 성공보수를 청구해도 늦지 않는다. 그런데 형사사건의 경우, 특히 구속사건의 경우에는 의뢰인이 구속 등의 사유로 인해 매우 궁박한 상태에 있고, 변호사의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 이른바 전관출신의 변호사들은 상상하기 힘든 금원의 수임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고, 이를 성공조건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형사사건 피의자들의 경우 처음 구속되었을 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호사의 요구에 그대로 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및 구치소 등에서 재소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뒤에는 조금씩 태도가 변하며 사건이 마무리되어 신병이 자유로워진 뒤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위와 같은 의뢰인의 태도 돌변 및 성공보수 미지급의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과연 이러한 문제가 현재 변호사 업계의 일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위와 같은 태도 돌변을 방지하기 위해서 성공보수를 미리 받아 놓을 필요가 있을까?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의 제도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윤리장전에서 변호사들이 성공보수를 미리 받지 못하도록 한 취지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반면 성공보수를 미리 받아 둘 필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이고, 실효성에도 의문이다. 성공보수를 확실하게 받기 위해서는 수임약정시에 의뢰인의 자력을 미리 파악해 두거나, 의뢰인의 자력이 충분치 못할 경우 자력이 있는 자를 보증인으로 입보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수임약정 자체가 공정한 범위 안에서 약정되어야 하며, 사건 처리시에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성공보수에 갈음하여 승소금을 변호사가 직접 수령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회원의 권익을 위해서 부적절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협회의 노력은 이해가 되지만, 이번에 성공보수 선수령 허용에 대해서는 현재 변호사 업계의 문제의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그 처방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Copyright © 이주헌변호사의 부동산·건설 법률정보 마당 All Rights Reserved

광고책임변호사:이주헌 변호사

Designed by Kumsol communication.